디저트를 하는 분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겠지만 일년 중 생크림을 구입하기 힘든 시기가 항상 있다. 제과를 할 때는 한 여름 시기나 케이크 시즌인 12월 시즌에는 항상 생크림 대란이 발생하여 생크림을 찾아 온 동내를 구하러 다녀야 했다. 12월에는 생크림 수요가 많아 부족했고 여름에는 폭염으로 인해 우유를 만들어내는 젖소의 집유량이 줄어들어 부족했고 그 여파가 9월까지 미치게 된다
올해도 역시나 생크림 대란이 찾아왔고 이 시기에 발주를 넣으면 항상 생크림이 부족하게 공급이 된다. 10팩을 주문하면 4~5팩만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디저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시기가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생크림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젤라또에도 생크림을 적게 공급 받게되면 레시피대로 만들지 못하기에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그럼 이 시기에는 평소와 달리 어떻게 메뉴를 만들고 운영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가 발생 했을 때 내가 했던 방법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먼저 현재 두옹즈에서 젤라또를 만들 때 지방함량을 대략 8~9% 정도의 비율로 만들고 있다.
이 때 이 지방비율을 충족시켜주는 방법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가 생크림이다. 분유에도, 우유에도 지방이 있지만 생크림의 지방 비율이 약 35~37% 로 압도적으로 높기에 생크림으로 지방 비율을 조절하기가 유용하다. 때문에 현재 두옹즈에서 인기있는 메뉴들인 보리보리쌀이나 소금우유 얼그레이 오렌지, 바닐라 등의 메뉴들은 모두 생크림 속 지방을 활용하여 약 8~9%로 지방비율을 잡고있다. 그런데 만약 생크림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게 되면 지방비율을 어떤 재료들로 맞춰야 될지 고민을 했다.
창업 초창기에 사용 했던 방법은 휘핑크림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휘핑크림도 식물성 휘핑크림과 동물성 휘핑크림으로 구분이 된다. 식물성 유지 즉, 팜유나 식용유 등의 재료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것이 식물성 휘핑크림이며 순수 우유에서 분리되어 나온 유지방으로 만든 것이 동물성 생크림으로 볼 수 있다. 이 동물성 생크림 안에서도 카라기난이라는 첨가제가 들어가면 동물성 휘핑크림으로 분류된다. 카리기난이라는 증점제 덕분에 같은 동물성생크림이지만 휘핑이 더 잘되고 안정적인 구조를 갖는 특징이 있다.
동물성 생크림의 단점이 유통기한이 굉장히 짧고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반면 동물성 휘피크림은 유통기한이 2~3달정도로 길기에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도 더 저렴한 특징이 있다. 그래서 생크림 대란이 있는 시기에는 일부러 동물성 휘핑크림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동물성 생크림을 사용하여 만든 제품이 입안에 느끼한 맛이 남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져서 선호하지만 생크림 대란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동물성 휘핑크림을 사용하기도 했다. 대신 휘핑크림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생크림과 동물성휘핑크림 섞어서 사용했을 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생크림이 부족한 시기에는 이러한 방법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동물성 휘핑크림을 사용하지 않았다. 창업 1년차에는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 대부분의 메뉴에 생크림을 사용했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동물성휘핑크림까지 사용하게 되었다. 2년차가 되면서 좀 더 메뉴가 다양해 졌고 레시피를 짤 때 생크림대란을 대비하여 일부러 생크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레시피를 많이 만들어 두게 되었다.
그럼 생크림을 대체해서 어떻게 지방함량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첫번째 방법은 생크림을 대신해서 사용 할 수 있는 재료들로 레시피를 짜는 방법이다. 주재료에 이미 지방이 포함되어 있는 재료들을 사용하는 방식인데 예를들어 치즈, 견과류, 카카오버터 등이 포함된 재료들을 사용하거나 트러플오일, 올리브오일 같은 재료들로 지방을 충족시켜준다. 이러한 재료들은 주 재료에 이미 지방이 있기 때문에 생크림을 아예 넣지 않아도 기준치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물론 식물성 유지를 사용했을 때 텍스쳐가 쇼케이스 안에서 점점 단단해지는 단점들이 있다. 이는 트리몰린이나 포도당처럼 어는점을 낮춰주는 당류들의 비중을 늘려 사용하면서 보완해주고 있다.
두번째 방법은 메뉴자체가 지방함량이 낮았을 때 더 잘 어울리는 메뉴들 위주로 생산을 하는 방법이다. 이는 단백한 맛을 강조해야 하는 메뉴들이나 딸기우유 같이 과일이 들어간 과일 젤라또를 만들경우에 해당된다. 두옹즈 메뉴 중 레몬딜버터나 딸기우유, 그릭요거트 같은 메뉴들은 다른 메뉴들과 달리 지방비율을 약 4%정도로 낮게 잡고있다. 그만큼 생크림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생크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는 레시피 자체에 생크림이 적게 쓰이는 이러한 메뉴들 위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세번째 방법은 버터로 지방함량을 충족시켜주는 방법이다. 이 때 나는 발효버터를 사용하고 버터를 바로 사용하기보다는 헤이즐넛버터로 한번 더 가공처리해서 사용한다. 헤이즐넛 버터는 제과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일반 버터를 가열해서 버터의 고형분을 태워버리면 버터 풍미가 더 올라온다. 그 태운 버터를 헤이즐넛 버터 또는 브라운 버터라 하고 그 버터를 사용해서 젤라또를 만들면 일반버터를 넣었을 때 보다도 적은양으로 더 깊은 버터풍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럼 생크림을 넣지 않아도 헤이즐넛 버터만으로 충분히 지방함량을 충족시켜 줄 수 있기에 버터감자, 딜버터 등의 메뉴등을 만들 때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다.
때문에 생크림 대란 시 내가 하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동물성 생크림과 동물성 휘핑크림을 배합하여 사용한다.
- 지방이 포함 된 재료들 (견과류, 오일, 카카오 등) 을 사용하여 지방 기준치를 충족시킨다.
-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었을 때 더 적합한 메뉴들 ( 과일 젤라또, 요거트 ) 등으로 만든다.
- 버터로 지방함량을 충적시켜서 만든다 (소금버터감자, 레몬딜버터, 버터우유 등)
젤라또 매장을 운영하다보면 한번씩 생크림이 공급되지 않는 시기를 격게 될 것이다. 이 때 나는 이러한 방법으로 메뉴들을 만들어 내고 있어 내가 하고 있는 방법들을 공유해 봤다. 이 4가지 방법으로 했을 때 매장 운영함에 있어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 물론 다른 매장에서는 생크림 대란시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잘 모르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안들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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