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또에 안정제를 넣지 않았을 때 발생 할 수 있는 문제점 — 실험 기록

최근에 젤라또를 제조하면서 안정제를 계량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러버렸다. 그래서 의도치 않은 안정제를 넣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실험이 되어버렸다.
일단 베이스를 믹싱할 때부터 느낌이 이상했다. 제조를 한 뒤 항상 숙성을 한다음 배치프리저에 넣는 패턴으로 생산을 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숙성을 하게 되었을 때 점성이 생기면서 베이스가 보다 걸죽해진다.
그런데 안정제를 넣지 않은 베이스는 숙성을 해도 점성이 거의 없고 묽었다.
걸죽함이 전혀 없었지만, 설마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대로 배치프리저에 투입했다.
결과는 즉시 체감됐다.
1일차 — 제조 직후 상태
완성된 젤라또는 쫀득함이 전혀 없고 밀도감이 부족한 가벼운 질감이었다. 겉보기에는 표면이 살짝 분리된 듯한 모래 느낌이 보였지만, 실제로 씹을 때 얼음 알갱이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전체적으로 유화가 덜 된 듯한 질감이었고 질감을 보는 순간 안정제가 들어가지 않았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바로 주방 cctv 를 돌려보니 안정제 없이 고형분 계량을 끝낸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차라리 배치프리저에 넣기 전에 알았다면 보완을 할 수 있었을텐데 이미 얼린상태였기에 따로 안정제 첨가 없이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일단 안정제 없는 젤라또를 먹어봤을 때 입안에서 감기는 밀도감이 현저히 부족했고 차가운 느낌이 강하게 먼저 들어오며 금방 녹아버려 맛이 짧게 끊겼다..

2일차 — 보관 후 상태
하루가 지나 다시 확인했다. 이론상으론 안정제가 없을 때 빙결정이 빨리 커지기 때문에 금방 서걱거릴줄 알았으나 다행히 얼음 결정이 씹히지는 않았다. 하루 이틀정도는 빙결정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밀도감이 현저히 부족했다. 입안에서 더 차갑게 느껴지고, 녹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풍미가 오래 머물지 못하고 뚝 끊기는 느낌이었다. 맛 자체는 유지되지만, 젤라또가 가져야 할 밀도감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녹으며 여운을 남기는 질감이 사라져 있었다.
결론적으로 안정제가 들어가지 않았을 때 젤라또의 구조가 느슨해지고 질감이 가벼우며 빨리 녹고 잔향이 짧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럼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안정제는 젤라또에서 다음 역할을 한다.
- 수분을 잡아 얼음 결정 성장을 억제
- 공기 보유력 증가
- 유화 안정
- 서빙 온도에서 형태 유지
이번 배치에서는 이 기능이 모두 빠졌다.
결국,
- 물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 공기가 잘 유지되지 못하고
- 구조가 느슨해지며
- 서빙 온도에서 급격히 녹는
특성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젤라또 표면이 분리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이는 먹었을 때 얼음 결정이 아니라 유화가 불안정해 지방과 수분이 미세하게 분리된 시각적 현상이었다. 보통 안정제가 유화의 기능도 있기에 노른자가 들어가지 않아도 크리미한 질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노른자나 안정제 유화제가 들어가지 않았을 때는 실제로 씹히는 입자는 없지만, 구조적으로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의 질감을 얻게 되는걸 볼 수 있었다.
실제 레시피에서 안정제의 비중은 0.5% 미만이다. 굉장히 적은 양이지만 안정제가 젤라또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실수를 통해 안정제 미사용시 결과는 쫀득함 감소, 오버런 부족, 서빙 안정성 저하, 빠른 용해, 짧은 풍미, 구조적 유화 불안정 등의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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