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개월차인 12월. 가장 큰 이슈는 유제품 가격의 인상과 제품가격 인상 결정이었다.
11월부터 유제품 가격이 인상된다는 뉴스가 나오고 매우 불안했는데 역시나 몇일 지나지 않아서 내가 납품받는 유제품마저 9% 가격 인상이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유제품 뿐만 아니라 다른 재료들도 덩달아 오르고 가스비 인상까지 예고되어있다. 정말 안오르는게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판매하는 제품의 최종 소비자 가격을 인상없이 유지 한다면 지금보다 매출이 높아도 영업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처음부터 마진율을 타이트하게 잡았기에 원재료 값이 조금만 올라도 내가 정한 마지노선은 금방 무너지게 된다. 만약 처음부터 제품 가격대를 높여서 마진을 많이 남기고 다른 젤라또 매장과 같이 여유있는 가격대로 정했으면 인상없이 그냥 넘어 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결국 또 인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아슬아슬한 마진율로 500원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에 대부분의 젤라또 매장들이 제품 가격 인상 소식을 전하고 있고 평균 가격대는 한컵에 5000원대~7000원대로 형성되고 있다. 최소한 젤라또 업계 평균 가격대까지 높이면 나도 아슬아슬한 마진율 줄타기 걱정할 필요도 없고 재료 사용에 있어서 좀 더 과감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500원만 인상해 여전히 4000원대에 판매하는 이유는 내가 마진을 많이 남길수록 반대로 소비자는 더 비싼 값을 지불하게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 그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 내가 손님 입장에서 자주 오고 싶은 매장을 만들고 싶었다.
이 생각으로 가오픈 때는 너무 싸게 팔아서 소비자와 내가 불균형을 이루었고, 지금 내가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리게 되면 소비자와 내가 반대로 불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가격인상을 크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내년에도 서울에 있는 프리미엄 젤라또 매장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이윤을 적게 남기더라도 신선한 수제 아이스크림을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일상 생활에서의 밀접도를 높이고 싶었던 취지를 유지하고 싶다.
유럽에 있을 땐 3천원대로 부담없이 젤라또를 사먹을 수 있었고 동내마다 특색있는 젤라또 매장들이 있어서 흔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 젤라또가 7000원대에 판매하는 곳이 너무 많아지면서 젤라또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자주 사먹기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유럽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동내마다 특색있는 젤라또 매장들이 생겨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내에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된 개인 카페들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젤라또 매장도 프랜차이즈와 차별성을 가진 개성있는 매장이 하나쯤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실제로 동내에서 젤라또 매장을 운영해보니 카페와 달리 젤라또 매장들이 왜 동내에는 잘 생기지 않는지 그리고 왜 가격대를 비싸게 책정을 하는지 어느정도는 이해가 갈 것 같다. 일단 생각보다 커피나 음료처럼 젤라또를 매일 사먹지는 않는다. 아무리 자주 먹어도 일주일에 한번정도지 매일 커피를 소비하는 것과 비교 했을 때 일상생활에서 밀접도가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계절을 많이 타는 사업이기에 객단가가 높지 않으면 겨울에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눈이 오거나 비가 많이 오면 배달까지 중단되기 때문에 매출이 평소 대비 반토막이 되서 날씨 영향이 엄청 큰 사업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카페와 비교했을 때 소비량이 적고, 그리고 계절과 날씨를 많이 타게되는 특성 때문에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가격대가 높아지게 된게 아닐까 싶다.
지금 내 상황에서는 가격 인상을 하지 않으면 이상만 쫒고 현실을 반영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생존을 할 수가 없다. 일단 생존이 먼저고 그 다음 이상을 쫒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현실만 쫒아 막대한 이윤을 위해 가격대를 대폭 상승시키면 내가 원하던 이상과 거리가 멀어진다. 가격 인상 후 앞으로의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과 현실적인 문제에서 균형을 잘 이루면서 내년에도 한적한 동내에서 부담없는 가격으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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