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창업을 한지 일년이 되었다. 젤라또 창업을 하면서 일년간 꾸준히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그 이유는 젤라또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고 폐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창업을 준비 하면서 답답한 부분들이 많았기에 젤라또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매달 시행착오들을 기록해 나갔다. 그게 벌써 일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일년동안 아쉬운 점도 있었고 직장인 때와 달리 여러 분야를 공부하면서 많이 성장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업을 시작 하면서 사장학개론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같은 반 동기 분께서 김승호 회장님께 이런 질문을 한적이 있다.
"많은 분들이 실패를 통해 성공을 배울 수 있고 반드시 실패를 겪어봐야 그 경험으로 성공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사업을 함에 있어서 실패를 무조건 겪어야 하나요? 실패를 겪지 않고 성공 할 수는 없을까요? 란 질문에 김승호 회장님은 누군가의 실패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면 궂이 실패를 겪지 않고도 성공을 할 수 있다.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볼 필요 없이 다른 누군가의 시행착오들을 간접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면 내가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도 사업적으로 성공 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답변해 주셨다.
이 조언처럼 부디 젤라또 창업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내가 겪은 시행착오들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젤라또 창업이라는 어찌보면 흔한 아이템이 아닌 이 도전이 모두 좋은 결실을 맺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물론 일년 밖에 안된 초보 젤라또 사장이기에 오랫동안 젤라또 업계에 몸담았던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우습게 느껴지실 수도 있다. 하지만 카페나 베이커리, 디저트에 비해 정보가 너무 없는 젤라또 업계 특성상 젤라또 창업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사업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그냥 조용한 동내 상권에서 젤라또 창업을 하게 되면 이런 문제들이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다.
그럼 일년간의 젤라또 사업을 운영하면서 내가 겪은 시행착오들과 창업 스토리를 남겨보겠다.
번화가가 아닌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젤라또라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한 이유가 궁금했을 것이다. 공식적인 이유는 비싼 아이스크림이라는 인식이 강한 젤라또의 진입장벽을 낮춰 마곡동 주민분들이 편안하게 수제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는 숨겨진 보물같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비공식적인 이유로는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창업 전 초기 자본 3천만원으로 창업을 시작했어야 했고 3천만원으로 인테리어부터 젤라또 장비 등 모든 것들을 해결했어야 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망한 카페자리를 찾아 초기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제일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김승호 회장님이 알려준 방법이었다. 창업 당시 김승호 회장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김승호 회장님은 사업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망한 사업체를 인수 받거나 망한 매장을 인수 받아서 망한 이유를 찾고 개선을 해서 그 자리에서 다시 키울 수 있다면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망한 카페자리를 그대로 들어올 경우 전기증설, 운영에 필요한 기물 및 기계들, 바닥재와 인테리어, 하수처리 및 싱크, 작업대까지 모두 인수를 받을 수 있고 권리금만 협상을 잘하면 최소 몇천만원을 인테리어 비용과 초기비용에서 아낄 수 있다.
그렇게 지금의 자리에 들어 올 수 있었고 보증금을 제외한 사업자를 내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과 젤라또 기계 및 주방 기물 등을 다해서 총 3천만원이 채 들어가지 않았다. 물론 전부 중고로 구매했기에 그만큼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그리고 나서 일단 사업자 등록을 하면 서울 신용보증재단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그 자금으로 보증금을 채웠다. 그 과정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동내 사람들도 왜 젤라또 매장을 이 동내에서 하냐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초기에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었다. 동내에 갑자기 생뚱맞은 아이템이 툭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3천만원 미만으로 젤라또 창업을 시작해 볼 수 있는 곳이 그 당시엔 여기가 가장 적합했다.
그래도 돈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한 부분은 후회 하지 않는다. 안전하게 자금적으로나 창업을 함에 있어 필요한 것들이 모두 준비가 되고 신중하게 고민한 뒤 실행을 하는 방법도 잊지만 난 고민하지 않고 냅다 실행을 먼저 한 케이스다. 젤라또 창업을 해볼까 결심을 하고 상가계약까지 한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퇴사 후 잠깐의 여유도 없이 바로 지금의 상가에 들어왔고 그 때까지도 한번도 젤라또를 만들어 본적이 없었다. 기계를 받고 첫 날 저녘 매장에서 처음으로 젤라또를 만들어 보면서 설레면서 추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 만든 젤라또는 정말 맛이 없었고 만드는 족족 폐기처분했다. 그래도 마냥 즐거웠다. ㅎㅎ
나한테 있어서 창업을 해보는 경험이 더 중요했다. 어차피 실패를 해본다면 젊어서 실패를 해보고 쓴맛을 봐야 금방 회복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실행을 하면 그 이후에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생긴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충분히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역시나 제품력을 갖추는게 제일 첫번째 관문이었다. 다행히 오랫동안 디저트를 공부해왔고 레스토랑에서 플레이팅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왔던 경험이 있어서 금방 퀄리티를 잡아낼 수 있었다. 스스로 기준치가 높았기에 어느정도 퀄리티가 나오기 전까지는 오픈 할 생각이 없었고,그렇게 젤라또 감옥에 갇힌 사람처럼 매장에서 젤라또와 고군분투를 했다. 일주일째 되던 날 총 7개의 메뉴들이 겨우 완성이 되어서 매장에 입주하고 딱 일주일만에 7개 메뉴로 가오픈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매장을 운영함에 있어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일단 오픈을 하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을 해나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고 피드백을 받아봐야 그 다음 방향성을 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가오픈을 하니 그 다음으로 찾아온 문제점은 제품가격이었다. 난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오픈을 준비하면서 동내 분위기를 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다. 이제 오픈한다고 주변 상가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인사를 다니면 부동산 아주머니나 마을에 오래 거주한 어른 분들이 아이스크림 가격대를 물어보셨다.
한컵에 4500원이라고 하니 다들 놀래는 분위기였고 설상가상으로 오픈 전 날 아는 지인이 와서 동내상권에 형성되어 있는 가격대가 대부분 저렴하기에 여기서 비싸게 팔면 동내사람들이 오지 않을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무조건 1900원에 팔아야 동내사람들이 올거라고 했고 난 거기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오픈을 하루 앞두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가격대를 확 낮추기로 했다....
그렇게 4500원으로 계획했던 젤라또 한컵을 1900원에 팔았다. 3가지 맛은 17000원에서 11000원이 되었고 25000원짜리 4가지 맛은 16000원이 되었다. 동내사람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는 가격으로 젤라또를 먹을 수 있게 하면 다 좋아해 주실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박리다매 전략은 철저히 실패를 맞이했다. 일단 내 몸이 남아나지 않고 이대로 가다간 일년도 안되서 내가 병이날 것 같았다. 팔면서도 봉사활동을 하는 기분이 들면서 수익이 나지 않으니 일하는게 재미가 없었다.
만약 지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최소 5천원 이상으로 시작할 것 같다. 절대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면 안된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일찍 망할 수도 있다. 일년간 마곡동에서 운영을 해보니 젤라또를 소비하러 오시는 주 고객층은 20,30대 연령층, 그리고 어린 아이를 둔 아기엄마분들, 젊은 커플 분들, 강아지 산책시키다 오시는 부부들, 신혼부부분들이 주 고객층이다. 난 마곡동에 거주하는 10대부터 80대까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저렴한 가격대로 시작을 했지만 타깃을 좁히고 좁혀서 시작을 했어야 했다.
젊은 분들은 외부에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도 젤라또 퀄리티에 비해 왜이렇게 싸게 파냐고 물어보시는 손님분들이 종종 계신다. 젤라또를 소비하는 주 고객층은 이미 젤라또가 비싼 디저트라는 인식이 강해서 6000원 이상이어도 소비를 하는 편인 것 같다. 이미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 있어서 시장에 평균 가격대라는게 존재하는데 난 그걸 무시하고 저렴하게 판매를 했다가 실패를 맞봤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스라이팅을 당하듯이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 내가 처음에 정한 신념대로 갔어야 했는데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던 것 같다. 그래서 만약 사업을 한다면 꼭 주변 사람들 말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이 정한 신념대로 소신껏 끝까지 밀고 나가야 사업도 잘 할 수 있게구나라는 것을 느꼈었다.
어쨌든 이런 가격적인 문제는 내가 가격을 올리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다. 그래서 5개월 동안 3번이나 가격을 올렸고 그 과정에서 초반에 와주셨던 동내분들의 손님층이 많이 사라지셨다. 하지만 1900원을 4500원으로 인상하는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만 처음부터 계획했던대로 4500원으로 판매를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니 젤라또 창업을 한다면 처음부터 가격대 설정에 신중을 가했으면 좋겠다. 나처럼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 꼭 타깃을 좁혀서 설정했으면 좋겠다.
이 이후에 찾아온 문제는 낮동안 젤라또를 소비해 줄 수 있는 젊은 연령층이 동내에 없다는 점이었다. 모두 생산활동을 하러 직장에 가있는 상태였기에 낮동안의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간혹 유치원 하원시키는길에 애기들과 엄마들이 오시긴하지만 그 비중도 그리 높지는 않다. 이럴거면 차라리 문을 닫고 그 시간에 배달알바를 하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낮 시간을 활용해서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일은 디저트 클래스였다.
디저트를 만들고 개발 할 때마다 모두 데이터로 남겨놓고 기록과 정리를 해놨기에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전자책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디저트 교육을 할 아이템들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젤라또를 활용한 플레이팅 디저트를 교육 할 지 구움과자나 무스케이크 등을 할지 고민하면서 교육 플랫폼인 숨고에도 가입을 했다.
그런데 때 마침 이 시기에 손님분들 중에서 젤라또를 배우고 싶다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계셨고 창업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들이 생각났다.
창업 전 나 역시 교육을 들어볼까 해서 여러 젤라또 교육기관에 문의를 해봤는데 비용이 많게는 800만원 적게는 500, 400만원 등 너무 비싸게 형성되어 있어서 놀랬다. 기간도 2~3개월정도 들어야 했기에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수업을 듣기 위해 매주 한번씩 서울에 와야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해결해서 저렴한 비용에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젤라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분명히 수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최대 3일을 배우면 두옹즈와 같은 퀄리티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젤라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자 문의가 정말 많이 왔다. 예상대로 수요가 있었고 카폐를 운영하시는 분들이나 레스토랑을 운영하시는 분들 또는 베이커리처럼 다른 사업체를 운영하시면서 젤라또를 새로운 아이템으로 판매하고자 하시는 분들, 지방에 거주하시는 분들, 해외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이 단기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배워서 바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신청을 해주셨다.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평일 낮시간을 활용한 젤라또 클래스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두옹즈 창업 교육
물론 자본금에 여유가 있어서 유동인구가 많고 번화가에 창업을 한다면 어느정도 매출은 보장되기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소자본으로 젤라또 창업을 해야한다면 좋은 입지는 포기해야 할 것이고 유동인구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식으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지 반드시 고민을 미리 해봐야한다. 절대로 제품력에 자신있다는 이유만으로 알아서 사람들이 찾아와주고 매출이 높게 나올거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맛있다고해도 평범한 비주얼의 젤라또 한컵씩 판매하는걸로는 매장에 줄을 설만큼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기에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는 내가 어떤식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아니면 어떻게 하면 줄을 설 정도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할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개인마다 성향이 다르고 잘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만약 외향적인 성격이거나 재밌는 성격이라면 유튜브나 인스타를 재밌게 운영하면서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을 수도 있다. 핑크펭귄이란 마케팅책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돈버는 일에서 진정성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재미 요소라 믿는다. 사람들에게 재미를 안겨주면 당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이는 보다 많은 고객과 보다 빠르게 거래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된다. 물로 우리 모두는 비즈니스는 진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재미있는 것이 더 잘 팔린다는 것 역시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재미적인 요소가 가미되면 사람들과 공감대가 형성된다. 소비자들과의 공감대는 계속 해당 브랜드를 팔로우 하게 될것이고 점점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층이 쌓이게 될 것이다. 그럼 유튜브로든 인스타로든 재밌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고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다면 그 팬층은 그 브랜드가 어디에 있든 일부러 찾아 갈 것이다.
이 밖에도 자신이 마케팅에 자신있다면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판매 가능한 상품을 만들고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해서 온라인 마케팅으로 전국에 판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사진에 이쁘게 담기는 제품을 만들거나 사진을 찍을 만한 요소를 만들고 인스타감성을 건드려 평일 대낮에도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젤라또 체험 공방을 기획해서 어린이나 커플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방법은 많기에 자본이 많아 처음부터 번화가에 젤라또 창업을 할 수 없다면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매출로 이어 질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하나쯤은 있어야 될 것이다. 아무런 마케팅도 하지 않고 단순히 젤라또 컵만 판매해서는 동내상권에서는 많은 수익을 낼 수 없다.
또 한가지 간과한 것은 젤라또의 특성이었다. 젤라또는 객단가가 낮은 대신 순환이 말도안되게 빠르다. 손님이 아무리 몰려도 컵 퍼주고 계산하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거기다 카페처럼 오래 앉아서 먹는 아이템이 아니다. 대부분 구매하시고 바로 나가는 손님이 대부분이고 테이크아웃 이미지가 강하다. 이렇게 빠른 순환이 장점이기에 손님이 몰려도 쭉쭉 젤라또를 뺄 수 있고 줄세울 정도가 되면 카페와 비교가 안될정도로 매출이 올라간다. 그래서 식당과 카페보다 순환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객단가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 맛집이나 베이커리, 디저트 카페 등이 동내에 있어도 손님들이 찾아오게 만들어서 잘되는 매장들이 많다. 나 역시도 찾아오기 힘든 곳이어도 맛만 있으면 사람들이 찾아올거라 믿었다. 실제로 거리가 좀 있지만 마곡나루에서 넘어오거나 발산에서 놀다가 먼거리를 찾아 오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런데 객단가를 간과하고 있었다. 음식점이나 디저트 카페라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지금 두옹즈와 같아도 객단가가 2~3만원정도이기에 매출은 높게 나올 것이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객단가가 4500원이다. 그러기에 둘이 와도 만원이 넘지 않는다. 1900원에 팔 때는 30컵을 팔아야 겨우 5만원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이런 특성을 가진 젤라또는 순환이 빠르기에 매장이 작아도 유동인구가 많아서 손님들이 지나가다가 매장에 방문해 가볍게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장소가 가장 적합해 보인다.
반면 객단가가 낮기에 손님들이 먼거리를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외각지역의 주거상권은 젤라또라는 아이템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해결하려면 객단가를 높이는 방법을 찾거나 번화가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주거단지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도 객단가를 높이는 방법을 생각했고 일단 컵 가격을 4500원까지는 겨우 올렸다. 그리고 사이드 디저트들을 개발했다. 1~2시간 이상의 먼거리를 일부러 찾아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은 젤라또를 포장해서 오래 들고 갈 수 없기에 매장에선 컵으로 먹고 대신 디저트를 구매해서 가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사이드 디저트들 덕분에 매출을 한단계 더 올릴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젤라또를 활용한 쉐이크나 음료를 할 수도 있고 커피를 하면서 젤라또와 함께 먹을 때 어울리는 디저트를 팔 수도 있다. 때문에 같은 동내상권이어도 젊은 사람들이 데이트하러 찾아오는 동내상권이 아닌 조용한 주거상권에서 젤라또 매장을 오픈 한다면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신 이런 주거 상권에서도 장점은 있다. 일단 월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다. 월세,부가세,관리비,전기세,수도세,통신비,각종 월구독비 등 다해도 월 100만원 초반이 넘어가지 않는다. 입지가 않좋은 만큼 월 유지비가 적게 들어가 사업을 함에 있어서 큰 부담이 없다는 점은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업을 하신 분들은 나랑 정반대로 생각을 하신다. 오히려 규모를 키워서 월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도 유동인구가 많다면 지출비용 대비 훨씬 더 많은 매출을 뽑아낼 수 있기에 월 순수익은 훨씬 많이 남는 구조가 된다고 한다. 리스크가 있는 만큼 훨씬 더 많은 수익이 나오기에 월세가 비싸도 번화가에서 사업을 해야한다고 많은 분들이 조언을 해주셨다)
또한 주거 상권에서의 또 다른 장점은 매출 기복이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년간 운영을 해보니 겨울 매출과 여름 매출이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겨울엔 생각보다 매출이 잘나와서 놀랬고 여름엔 생각보다 매출이 안나와서 놀랬다. 주거단지 특성상 겨울에는 손님분들이 대부분 포장을 해서 집에가서 드신다. 거기다 애플크럼블, 파베초콜릿, 파운드케이크, 쿠키 등 사이드 디저트들도 있었고 단체주문등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객단가가 많이 올라갔다. 겨울에 매출이 예상대비 너무 잘나와서 봄, 여름엔 훨씬 더 매출이 잘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봄,여름에는 날씨가 좋아 일방문객 수는 더 많아졌지만 겨울대비 객단가가 많이 낮아지면서 매출은 큰 차이가 없었다. 겨울엔 대부분 17000원 또는 25000원짜리 포장과 함께 디저트를 함께 구매해 가는 상황이었다면 현재는 4500원짜리 싱글컵만 구매하시는 비율이 훨씬 더 높아졌다. 나 또한 잘못 판단한게 여름이라 사이드 디저트를 대부분 없애고 아이스크림에만 집중해서 판매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객단가도 떨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쿠키를 개발해서 판매를 시작했다.
그래서 신기하게도 일년동안 11월 12월이 가장 매출이 높았고 3월 4월이 가장 매출이 낮았다. 사업을 하기 전에는 아이스크림은 당연히 여름이 가장 매출이 높고 겨울에는 매출이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걱정과 달리 막상 사업을 해보니 또 그렇지는 않았다.
생각만 하게되면 단순히 아이스크림 사업의 단점들이 가장 먼저 떠오를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년전 내 상황에 맞게 일단 먼저 실행을 했고 하나씩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점점 사업에 대해 배워나가고 있다. 아직 부족한게 많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나만의 방식으로 개척해 나가고 싶다.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글을 적었더니 너무 길어졌기에 이쯤에서 일년간의 창업기록을 끝맺으려고 한다. 지금까지 매달 창업기록을 남기려고 한달에 한번씩 포스팅을 올렸다. 앞으로도 포스팅은 계속 해나갈 예정이지만 창업기록의 형식에서 벗어나 사업을 하면서 격게되는 일들과 생각들을 쓰고 싶을 때 자유롭게 써내려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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